김충환 경기권역장

공모주 청약 앱을 열면 경쟁률이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100대 1, 500대 1, 1,000대 1. 숫자가 올라갈수록 마음이 급해진다. 나만 놓치는 것 같은 그 감각, 사실은 줄의 길이를 보고 내가 따라 서는 것이다.
아이보 웰치(1992, Journal of Finance)는 IPO 시장에서 뒤에 선 투자자가 자기 정보를 접고 앞사람을 따라가는 '캐스케이드'가 빠르게 형성된다는 것을 보였다. 경쟁률은 시장의 열기를 보여주지만, 그 열기가 정보인지 군중심리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11월 13일부터 공모주 시장에 새 신호가 하나 추가된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4월 23일 국회를 통과했고, 금융위원회 시행령 개정은 7월 30일 입법예고를 거쳐 이달 시행된다. 핵심은 간단하다.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미리 배정받는 대신, 받은 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20%는 10개월간 팔지 않겠다고 서명하는 것이다.
경쟁률은 말이다. 신청하면 누구나 올릴 수 있고, 팔지 않아야 할 의무도 없다. 의무보유확약은 서명이다. 서명에는 값이 있고, 값이 있는 신호가 말보다 정직한 경우가 많다. 코너스톤은 이 서명을 공모가 확정 전부터, 더 길게 받겠다는 제도다.
단, 이 제도가 공모주를 안전하게 만드는 건 아니다. 코스피 기준 코너스톤 한도는 전체 공모의 최대 10%다. 나머지 90%는 여전히 약속 밖이다. 기관이 활용하지 않으면 효과도 작다. 필드와 한카(2001, Journal of Finance)는 1,948건의 보호예수 만료 사례를 분석해 해제일에 거래량이 40% 늘고 3일간 주가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서명이 쪼개진 이유가 여기 있다.
줄 서기 전에 세 가지를 먼저 정하자. 잃어도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크기, 이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날짜, 그리고 같은 공모에서 기관이 얼마나 서명했는지. 이 세 가지가 없으면 경쟁률이 내 판단을 대신하게 된다.
경쟁률은 구경꾼도 올려주지만, 확약은 당사자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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